[뉴스엔뷰]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우상호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내 비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4개월 간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최근 당내 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한 반면, 우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와 사실상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다.

▲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뉴시스

따라서 서로 상이한 당내 투톱이 9월쯤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돼 이들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징조는 나타났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우 원내대표와 호흡이 잘 맞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맞받았다. 당직이든 아니든, 우리편이든 상대편이든 간에 선거에서 당선된 인사에게 축하의 덕담이나 호평가를 해주는 건 당연한 예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서로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김 대표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와 관련해서 별로 의논할 것이 없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하면 되고 (나는) 비대위 대표로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끔 가다 협조할 일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한시도 떨어져선 안되는 긴밀한 당 내 투톱이다. 그런데 '가끔 가다 협조할 일이 있을 것'이란 김 대표의 말을 뒤집어 보면 각자 마이웨이 행보를 하자는 이야기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가 우 원내대표를 겨냥해 '서로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와 우 원내대표간 첨예한 갈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문 등 범주류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김 대표와 범주류간 갈등이 불거졌고 현재까지도 양측의 알력은 이어지고 있다. 주류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과 손혜원 당선자 등은 김 대표를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불안한 동거인인 투톱간 첫 신경전은 정책위의장 지명을 놓고 불거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직후 "정책위의장 인선은 연휴 중에 생각을 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우 원내대표는 "인사권에 관한 문제는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그간의 정치 경력도 판이하다. 김 대표가 중도 보수 성향에다 민정-민자-새누리당 등을 거친 구 여권 인사라면, 우 원내대표는 학생 운동권 출신에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와 있다. 태생적으로 합치되기 어려운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때문에 향후 김 대표가 경제문제나 남북 문제에서 온건한 노선을 강조할 경우, 우 원내대표가 바로 이를 반박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이, 더민주의 불안한 4개월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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