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강화하되 평화통일 지향해야” “전쟁터에 함께 갈 텐가” 일침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동포사회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규탄 시위와 관련해 전쟁을 부추기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규탄 시위 현장에서는 ‘때려잡자’ ‘쳐부수자’ ‘보복하자’는 등의 듣기에도 섬뜩한 극단적인 언어들이 난무한다. 논리는 비약을 거듭해 ‘보내 준 쌀 어디 가고 폭탄 세례 보답이냐’ ‘미친 광대 좌파 세력은 각성하라’는 생뚱맞은 구호를 외쳐대기 일쑤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의 원인을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논리대로라면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을 탓해야 한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비판의 핵심은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데 있다.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도 안이하게 대처한 정보기관이나 도발 초기 군부의 지휘 미숙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한 모습에 대해 되레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야 할 판이란 얘기다. 북한 방사포대를 겨냥한 포탄 14발이 포대 뒤 논밭에 떨어졌다고 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최근 북한의 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한 사실을 두고 ‘병역미필 정치인의 블랙코미디’라는 조롱 섞인 비판과 함께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고장난 자주포, 국방장관 경질,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논란, 정치적 이해관계 따위와 맞물려 무자비한 보복이나 화끈한 선제공격 주장에 이른다. 확전을 주장하는 논의들에는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확전 우려, 전쟁 반대, 평화통일을 외치는 목소리는 서자 홍길동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한반도는 전쟁 직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당시 미국의 전쟁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개전 1주일 안에 군병력 100만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사상자 수는 500만명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민간인 100만명을 포함해 적어도 2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실종됐다. 그 전쟁의 핏빛 후유증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 선연하게 박혀 있다. 적어도 100년 정도 걸려야 치유가 가능한 한국사회를 넘어 동포사회의 집단 광기에 다름 아니라는 냉철한 지적이 따른다. 전쟁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도발 3개월 전 감청 정보와 며칠 전 이상 징후를 예민하게 종합했다면 이번처럼 무방비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9·11 테러를 겪은 직후 16개 정보기관을 통합하는 작업을 완성했다. 시오노 나나미 식으로 말하자면 로마와 미국의 위대성은 사고를 당하고 나면 즉시 미비한 점을 보완해 추후 이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문동환 목사는 “동포사회와 한국사회는 목소리가 큰 이들에 의해 평화통일을 무시한 채 분쟁이나 전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극우보수층에 휩싸여 평화통일을 다지는 초석인 북한과의 대화는 과거 DJ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어렵사리 다져 놓았는데 죄다 그르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보병으로 만기 전역한 유학생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김대형(27) 씨는 “남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터에 가지 않는다고 하여 함부로 전쟁을 조장하지 말아 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원본 기사 보기:뉴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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