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정치권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안철수식’ 행보에 대해 ‘따오기’행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행보란 의미에서다.


‘보일 듯한 부분’은 분명 대권가도를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대권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말 대신 행동만이 민심을 뒤흔들고 있어 여의도 정가는 대강의 짐작이 난무하는 형국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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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권인사는 이에 대해 “총선과 대선에서 ‘안철수’의 행보가 기존 정당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폭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보여준 안철수의 바람이 총선과 대선에서도 강하게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원장이 직접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를 대권주자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다. 그는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에 나름의 '백신'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이미 '백신'역할을 끝내고 정치권에 깊이 발을 들여놨다”며 “안 원장식의 정치가 벌써 시작된 것으로 따오기식 정치 전략에 따른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다른 분석을 내놨다.


지난 14일 오후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전 직원에게 “오랫동안 품고 있던 작은 결심”이라며 “제가 가진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사회 환원을 밝힌 사재 안철수연구소 지분 50%는 약 1500억원을 넘는다.


다음 날 15일 안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제가 강의라든지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정치권은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아예 입장 표명을 못하고 있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서다. 말 한마디 잘못하는 순간 불어 닥칠 역풍을 우려해서다. 이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확인됐다. 여론이 안 원장의 편에 서 있어서다.


야당인 민주당도 사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이용섭 대변인을 통해 “안 원장의 선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아야한다”며 안 원장의 사재 사회 환원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으나 속내가 불편하기는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다.


민주당 입장에선 표면적으로 안 원장이 ‘동지’입장이나 다만 ‘적의적은 동지’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안 원장이 반(反) 한나라당 정서로 ‘동지’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정당인 자신들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는 까닭에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은 기존 정치권에겐 그만큼 위험한 존재다.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투를 벗기는 방법이 햇볓만 있는 게 아니라 바람도 외투를 벗길 수 있다”며 “따뜻한 바람은 얼마든지 외투를 벗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원장의 자전에세이가 내년 초에 출간될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은 그간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공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바이러스 안철수' 등의 저서를 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이번에 출간하는 자전에세이에 대해 내년 대선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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