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가전업체 '모뉴엘'이 허위 수출실적과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로비로 시중은행 10곳에서 총 3조4000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모뉴엘 박홍석(53·구속기소) 대표 등을 3조4000억원의 사기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박 대표는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재산도피 혐의 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허위유가증권 작성, 뇌물공여, 배임증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혐의 등이 추가 기소됐다.

▲ 박홍석 모뉴엘 전 대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25일,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품로비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 6명, 한국수출입은행 현직 간부 2명, 세무공무원 1명 등 총 14명에 대해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또한 모뉴엘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달아난 무역보험공사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씨는 기소중지하고 범죄인인도청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0월20일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기 행각이 발각된 지 3개월여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모뉴엘의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저가의 홈씨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에 해외로 수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0개 시중은행에 허위 수출대금 채권을 매각하고 총 3조4000억여원을 대출받는 수법을 썼으며, 수출대금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또 다른 허위수출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대출받은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입업자에게 송금, 수입업자가 수출대금을 결제하는 수법을 썼으며, 이 과정에서 2011년 8월~2014년 7월 실제 물건을 선적하지 않고도 마치 물건을 실은 것처럼 허위 선하증권을 발급했고,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현지 실사를 받을 때에는 마치 제품을 생산중인 것처럼 가장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이러한 허위 수출입거래 전액을 매출액과 순이익에 포함시키는 수법으로 2008년~2013년 매출액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다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뉴엘은 허위 수출실적으로 무역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무차별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수출보험 총액 한도 증액, 대출한도 증액, 세무조사 편의 제공 등의 청탁 명목으로 2011년 4월부터 3년 2개월동안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세무공무원 등에게 총 8억600만여원에 이르는 금액의 뇌물을 공여했다.

 

이 과정에서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현금 814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았으며, 이모 전 무역보험공사 이사는 1억5190만원 상당의 금품과 500만원 상당 기프트카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미국으로 도주한 정모 전 무역보험공사 부장은 미화 8만5133달러와 2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았으며, 서모 수출입은행 비서실장은 9700만원, 허모 전 무역보험공사 부장은 6000만원, 오모 역삼세무서 과장은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이 로비를 위해 돈을 전달하는데 쓴 수법은 담배갑 등에 500만원~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넣어 전달하거나, 과자박스·와인상자·티슈통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 한 번에 3000만원~5000만원씩 전달했다. 또한 해외 계좌만 이용해 자금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또한 모뉴엘의 협력업체와 허위 고문계약을 맺고 매달 고문료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거나 국책금융기관 직원의 자녀를 모뉴엘 사원으로 취업시키는 등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모뉴엘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국책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모뉴엘이 악용한 무역보험에 대한 심사는 해외 수입자 신용등급과 시중은행이 통지하는 결제 실적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수출계약의 진위에 대한 실질적 심사기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뉴엘의 파산으로 인해 대출금 5500억원 상당이 상환 불능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국책금융기관을 포함한 시중은행이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뉴엘의 미상환금 대부분이 M&A 자금이나 회사 운영비, 연구개발비, 제주 신사옥 건축, 커미션 등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은 해외 수입업자와 공모해 허위 결제 실적을 쌓아 국책금융기관으로부터 무역보험·수출금융 한도액을 증액해 자금을 편취했다”며 “한도액 증액 요청에도 실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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