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에서 "억울함도 있고 비통함도 분노도 없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감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히 평가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한지를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김우중과의 대화'

이날 포럼은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최하고 전직 대우인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그간 대우그룹 패망 비사(秘史)를 공개하고 재평가를 받자는 전 대우그룹 임직원들의 요구에도 김 전 회장은 철저히 입을 닫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는 핵폭발에 가까운 발언이다.

김 전 회장의 발언 요지는 “감수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사실을 바로 잡겠다”는 것으로 이 발언이 나올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읽혀졌다. 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소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자 간담회에서 충분히 감지하고 남음이 있었다. 이 자리는 책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 그간 닫았던 입을 열기 위한 수순이란 분위기가 감지 됐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과 신장섭 박사 간의 대화체로 구성된 이 책은 '대우그룹 해체는 경영실패가 아닌 정부의 기획 해체에 가깝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 교수는 이 자리에서 대우그룹 해체의 핵심 쟁점인 △부채비율 200% 규제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차 비밀 인수의향서 △대우와 삼성의 자동차 빅딜 종용 배경 △대우그룹의 단기차입금 19조원 증가 원인 등에 대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장관이 해명해야 한다며 참석 기자들에게 “대신 물어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진=뉴시스

이 책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김 전 회장이 어떤 내용으로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 것인 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전직 임직원들 “세계경영이 실패가 아니며 정확한 사실을 알려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장병주 전 (주)대우 사장(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날 등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아직 세계를 뛰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의 방향은 옳았다"고 말했다.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대우차는 IMF전 세계 거점이 10군데에 달했으며 중국에 30만대 규모 부품공장도 있었다. 결실을 얻으려고 할 때 무너졌으며 뜻대로 됐다면 세계경제를 좌우했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부실이 많지 않았다. 국가기간산업이라면 정부가 지원했어야 했다. 미국도 GM과 크라이슬러에 막대한 지원을 했다. 시장에 맡긴다는 이유로 방치해선 안됐다. 그런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에 소홀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알려진 것보다 부실규모가 작았고 팔려고 했지만 헐값에 팔아 손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팔지 못했고 2년 만에 이자가 14%에서 6%로 내려간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지원만 있었다면) 대우그룹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 김 전 회장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

‘김우중 추징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는 현재 김 전 회장이 2002년 법원이 선고한 개인 추징금 17조9000억 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월 제3자 명의 차명재산을 추징할 수 있는 일명 ‘김우중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처벌법 개정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가 대주주인 아도니스골프장과 옥포공영, 베트남 소재 골프장 등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자인 신 교수는 추징금과 관련 “김 전 회장이 횡령한 증거가 없는데 법원이 징벌적으로 추징금을 부과했다”며 “추징금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전문]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인사말’

 

대우 해체 15주년을 맞이해 인사차 잠깐 들렸다.

대우분들 모두에게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도 있고 비통함도 분노도 없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감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일에 연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히 평가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하기를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사를 연구하는 학자이신 신장섭 박사에게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우해체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제가 아니라 경제학자로서 책을 집필한 신 박사의 이야기를 듣는 게 합당하리라고 생각이다.

저는 신 박사에게 저와 나눈 대화에서 미래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책에 많이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저는 평생 동안 항상 앞만 보고 성취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제가 법에 반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 잘못된 실수가 미래에 반복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제 저는 미래를 가져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됐다.

남은 인생동안 우리 젊은이들이 대우의 정신을 계승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심 성의껏 도와주려고 한다.

저도 많이 성원해주시기 바란다. 대우가족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축복받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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