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찰로 일이 커졌다. 너무 큰 실수를 해버렸다. 쓴소리나 충고의 말씀을 당연히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는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공들인 작품이다. 나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것 같아 제일 걱정이다. 나는 당연히 혼나야 할 처지라 괜찮다."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애써 담담한 척 하는 배우 송혜교(32)의 목소리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최근 불거진 탈세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그녀지만, 개봉을 앞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에게 피해가 갈까봐 노심초사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 건지도 고민이 됐다. 행여나 피해가 갈까봐 얼굴을 비치는 게 좋은지 많은 생각을 했다. 관계자들에게 여쭤봤더니 '처음부터 했던 약속이니 지키는 게 좋겠다'고 말씀했다. 그분들의 결정을 따르려고 했다."

▲ 배우 송혜교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996년 데뷔해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켜왔지만, 이번 일 앞에서는 겁이 났다. "여자이고 사람인지라 겁이 많이 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 불찰로, 내가 무지해서 생긴 일이다. 이 모든 자리에 서는 것도 많이 떨리지만, 내 걱정보다는 영화가 먼저"라는 마음이다.

9년 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이재용 감독의 작품이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영화 '정사' '스캔들'을 보고 감독님의 팬이 됐다. 9년 전 친한 분에게 감독님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처음 만났다. 몇 차례 작품을 같이 하자고 했지만 여건이 안됐다.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줘서 고마웠다.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고, 신파가 아닌 웃음과 눈물이 있는 가족드라마가 마음에 들었다."

▲ 배우 송혜교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송혜교는 영화에서 열일곱 살에 아들을 낳은 '미라'를 연기했다. 조로증에 걸린 아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꿋꿋하게 곁에서 친구가 돼주는 당찬 여성이다. "캐릭터 자체가 내 나이 또래라 연기할 수 있었다. 누구나 생각하는 모성애로 갔으면 보는 분들도 부담스럽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이와 함께 3개월 정도 있으니 저절로 정이 생겼다. 마지막 감정신도 자연스러워지더라"고 귀띔했다.

송혜교는 "감독님은 좀 더 억척스럽고 삶에 찌든 '미라'를 생각했다. 평상시 광고 속 예쁜 모습들이 부각되다 보니 감독님도 걱정한 것 같다. 억척스럽고 씩씩한 미라를 지금보다 심하게 갔으면 인위적이고 어색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반에는 의견이 맞지 않았지만, 촬영하면서 점점 좁혀갔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자다가 나온 상태로 찍고 자다가 일어나서 촬영했다. 얼굴이 부으면 감독님이 더 좋아했다"며 웃었다.

엄마를 많이 참고하며 연기했다. "엄마가 나를 스무 살 때 낳아서 친구처럼 지냈다. 엄마 어렸을 때 얘기를 들어보면 '미라'보다 성격이 더 쾌활하다. 그런 모습들을 많이 관찰해 연기했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더라. 본인을 감정이입한 것 같다. 엄마가 늘 '내 인생을 포기하고 널 키웠다. 너는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씀한다. 그 얘기를 많이 들어서 엄마 생각이 났다"며 고마워했다.

▲ 배우 송혜교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강동원(33)과 부부로 호흡했다. 영화 개봉에 앞서 한 차례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 말들이 많아서 무감각해진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열애) 얘기가 나오니까. 작품 속 캐릭터가 잘 어울리니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포기 또는 달통의 경지다. "강동원은 정말 오랜 친구고 친하다. 최근 작품을 같이 했기 때문에 힘도 많이 되고 고맙기도 하다."

결혼 생각은 아직도 없다 "상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에는 내가 앞가림도 못 하는데 누구를 책임질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오랫동안 배우를 하니 연기밖에 할 줄 모르고 나이에 비해 창피할 정도로 모르는 게 많다. 사회 친구들만 만나도 내가 바보같이 느껴진다. 옆에서 항상 의지하니 모르고 지나가는 일들이 많다. 20대 때는 결혼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일이 더 좋다."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강하게 보일 수 있는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데 여자가 할 수 있는 영화가 없다. 시나리오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한 인물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김혜수 선배님과 전도연 선배님이 부럽다. 작품선택에서도 쿨하다. 내가 저렇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는 마음이다.

노출 신도 그 중 하나다. "마음에는 있다. 하지만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노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벗었을 때 그 캐릭터의 심리가 이해가 되면 좋은데 영화 내용은 사라지고 내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만 같아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대중의 비난, 부풀려진 구설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송혜교는 인터뷰 내내 "영화에 피해가 되면 안 되는데…"라는 말을 몇 차례 되풀이했다. 마음의 짐이 큰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 영화에 피해가 안 가게 하고 싶다. 내 개인적 일로 영화를 함께한 분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우리가 노력한대로만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피해를 입힌 것이 관객들로 인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나오는 가족영화다. 우리 영화는 신파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 명랑하고 쾌활한 캐릭터 속에 웃음이 있다. 함께 보면 따뜻해질 것이다.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원한대로 영화가 나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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