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세월흐르면 '보수'돼


우리는 지난 세밑 30대 두 여성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한 죽음은 육체적 죽음이었고, 또 한 죽음은 정치적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죽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판이하게 차이가 납니다. 한 죽음에 대해선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에 아파합니다. 또 다른 한 죽음에 대해선 가슴 터지는 답답함에 분노합니다.


 

한 사람은 지난 달 29일 사체로 발견되었으며, 한 사람은 그보다 먼저 27일 정치적 자결을 택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 두 죽음의 주인공은 고 최고은 작가와 이숙정 시의원입니다. 같은 30대인 이들이 남긴 말은 현재 한국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것도 아주 극명하게 차이나는 현실을 말이지요. (굳이 부익부 빈익빈이니, 심화되는 사회양극화니,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니 하는 상투적인 말일랑 삼가렵니다. 어차피 현실은 누구나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고 최 작가는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였으며, 이 시의원은 “무릎 꿇고 사과해라. 시의원인데, 내가 누군지 모르냐”였습니다. 이것이 두 30대 엘리트 여성들이 남긴 말입니다.


이 두 죽음은 ‘먹을 것’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쪽은 ‘밥과 김치’ 다른 한 쪽은 ‘멸치박스’입니다.


 

그런데 죽음의 배경에는 ‘못 먹어서’와 ‘먹기 싫어서’입니다. (물론, 고 최고은 작가가 '아사' 했다고 믿고 싶진 않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영화 예술의 어두운 현실에 저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먹고 싶어도 없어서 배곯은’ 한 편과 ‘받기 싫은데 주민자치센터에서 자꾸 가져다주기에...’의 차이지요. 아이러니입니다.


 

또 더한 아이러니는 이것입니다. 못 먹어서 육체적 죽음을 맞이한 고 최고은 작가는 노동자입니다.

삽이나 곡괭이, 스패너 대신 펜으로 글을 쓰는 노동자입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이 의원에게 모욕을 당한 직원도 노동자입니다. 또한 정치적 죽음을 당한(‘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이숙정 시의원의 생각이 그럴 것 같아서...)

 

이숙정 시의원 역시 노동자 편에 선다는 ‘노동자와 민중주체의 민주정치를 위하여,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민주적 경제체제 수립,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을 위하여’ 등을 행동강령으로 채택한 민주노동당 소속이었지요.(이미 탈당 한 덕분에 민주노동당은 ‘살려고 꼬리 자르는 도마뱀’의 부담은 덜었지요.) 아마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이 의원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공약을 했을 것입니다.


 

이숙정의원은 몇 일전 모 언론 매체의 시민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원이 (전화를)불친절하게 받아 시의원이 아닌, 일반 주민의 입장으로 따진 것”이라며 “차라리 시의원 안하고 정치를 그만 두는 것도 각오하겠다.”고 했다지요. 또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공무원들 모두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려 한다.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지요.


 

그래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정치가 어렵고, 힘이 든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도 ‘진보’를 자처하며 ‘노동자와 민중주체를 위한다’는 민주노동당 소속의원으로 말입니다.


 

고 최고은 작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배를 곯아가며 시나리오를 쓰다가 숨을 거뒀지요. 그런데 이 의원이 보인 모습에는 ‘진보’나 ‘열정’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긴, 세월이 흐르면 ‘진보’가 ‘보수’로 변하게 되는 것이 세상이치니까요.


혹시, 지난 해 2분 일하고 봉급 398만원 받았다고 언론에서 말한 성남시 의회 의원님들에 포함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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